기이한 두근거림을 느끼는 사이 발걸음은 당신의 앞에 멈춰서고, 동시에 멍해 있던 정신을 깨웁니다.
루카스 발렌티노:먼 길 오시느라 식사도 아직이실 거 같은데, 식사부터 먼저 할까요?
테오도르 케니스:(네 반응에 짧게 웃고는) 어찌, 발렌티노 씨 같은 분의 제의에 거절을 하겠어요. 오히려 영광스러웠지요. 제가 아니어도 누구나 다 응했을겁니다.
그럴까요? 준비해주셨다면 기꺼이. (하고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발렌티노는, 대답대신 눈 끝을 접어 웃어보입니다.
그런 모습이.. ...왜일까요? 낯설지 않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루카스 발렌티노:그럼, 가실까요. 준비를 해 두었거든요.
테오도르 케니스:좋습니다. 그럼, 안내해주세요. (하고 자연스레 주위를 살피다 다시 네게 시선을 둬)
그렇게, 발렌티노를 따라 걸으면....
둘은 건물 안이 아닌 바깥으로 향합니다.
어느새 노을이 지평선 끝까지 몰려 아주 옅은 보랏빛을 제외한다면 하늘은 어둠에 물들여진 상태입니다.
풀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정원을 지나치자,
등으로 불이 켜진 온실이 나옵니다.
유리 온실 안에 식탁과 음식이 놓여 있는걸 보니 오늘의 식사 장소는 온실인가 봐요.
왜 하필 온실인지는 잘 모릅니다.
루카스 발렌티노의 취향일까요.
....
....?
온실 안은 흰 안개꽃이 안을 가득 채워 아름답게 피어있습니다.
테오도르 케니스:(보통, 이런 온실에서는 티타임을 즐기지 않나..?)
그래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들이. 가득.
바깥의 싸늘함과 다르게 온실의 내부는 따뜻하기만 합니다.
테오도르 케니스:(흰 안개꽃이 가득한 모습에, 눈을 깜빡거리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봐) (...전부 흰 안개꽃이네?)
싱그럽게 심어진 꽃들과 향기로운 풀 내음.
테이블에 올려진 식사는 귀족의 식사로는 단출하지만 내용물만은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합니다.
루카스 발렌티노: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입맛에 맞으실진 모르겠지만.
테오도르 케니스:(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고는) 이거, 마음에 들 수밖에 없겠는데요. (주변을 슬 둘러보고, 네게 시선을 맞추고는) 마치 제 뒷조사라도 한 듯마냥 준비가 너무 완벽해서 놀라울 따름이네요. 입맛에는... 안 봐도 맞을 것 같네요. (그러다 음식을 흘겨봤다가 다시 발렌티노에게 시선 두고는) 발렌티노씨가 좋아하시는 음식은 여기에 있나요? 궁금하군요.
루카스 발렌티노:그런가요? 우연이네요. (싱긋웃으며) 그 정도로 취향에 맞으셨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이것도, 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메뉴거든요.
좋아하는 음식이라... 그 질문은 노코멘트로 해두죠. ....자, 천천히 드세요. 파티는 오늘이 아니니 서두르실 필요 없습니다. 즐겨보죠, 오늘을.
...놀라울 정도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가득 찬 메뉴라니.
이 정도의 식사는 자택에서밖에 하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테오도르 케니스:이거, 이렇게나 준비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파트너가 된 것 하나로, 이렇게나 신경 써주시다니... 돌아가면 엄청난 자랑거리가 되겠네요. (하며 짧게 웃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준비된 음식들을 눈으로 다시 한 번 훑고는, 스푼을 조심스레 집어든 채로 발렌티노를 살펴봤다.) ...그럼, 뭐부터 먹는 게 발렌티노씨의 추천일지는..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루카스 발렌티노:이 정도는 당연한 일이죠. 그럼, 저는... (시선을 짧게 굴리더니) 그쪽에, 크림 스프가 좋겠네요. 저택의 셰프가 가장 잘 하는 요리 중 하나거든요. 괜찮다면 드셔보시겠어요?
.....그는, 이 많고 많은 음식 중에 크림스프를 고릅니다.
테오도르 케니스:하기야, 그렇겠네요. 발렌티노가니까요.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가 골라준 크림스프를 바라보다가 왜인지 기분이 영, 찝찝해서 속으로 허, 하고 혀를 차고는 웃는 얼굴로 답해) 크림스프.. 좋죠, 가장 잘 하는 요리 중 하나라고 하니 이거 기대가 되네요~. (하며 들었던 스푼으로, 조심스레 크림 스프를 적당히 스푼에 담아, 한 입에 넣고 천천히 음미하며 삼켰다.)
...
스프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가히 훌륭하다는 칭찬을 해주어도 될 정도로요.
당신이 스프를 한 입 떠 먹고나면,
루카스 뒤로 보이는 안개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
깜빡.
순간이지만, 온실 안을 가득 채운 흰 안개꽃이 한 순간에 모두 져 버립니다.
깜빡, 당신이 다시 눈을 감았다 뜨면, 언제 그렇듯 활짝 핀 안개꽃이 시야 가득 채웁니다.
..... ..기분탓인가?
루카스 발렌티노:아까 전 어떤 음식을 가장 졸아하시냐고 물었었죠. (잠시 뜸을 들이고는) 제가 스프를 좋아해서요.
테오도르 케니스:(눈만 굴려 주변을 다시 살폈다가 그저 다시 스프에 시선을 두고, 괜스레 한 입 더 입에 넣고는) ... 이거 말씀대로, (태연하게) 훌륭한 맛의 스프네요. 제가 스프는 은근히, 가리는 편인데 말이에요. (하며 작게 웃었다.)
아까는 답하기를 꺼려하시더니, 스프를 좋아하시는 거군요. 그래서 이렇게 완벽한 스프인건가요? (하고 물었다.)
루카스 발렌티노:칭찬 감사합니다. 셰프에게 전해주면 기뻐하겠네요. 까다로우시단 말씀은 들었거든요. (따라 스프를 조금 덜어 입에 가져가곤) ... ..네. 저택의 요리사가 해야할 일이잖아요. 저택 주인의 입맛을 맞추는 것.
그런 루카스의 대답을 듣고 나면, 옆 와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붉은색.
테오도르 케니스:셰프님은 매번, 듣기 좋은 칭찬을 받으시겠어요. (하고는 옆의 붉은 빛의 와인에 시선을 둬.)
닮았네요. 발레티노의 눈동자색과.
루카스 발렌티노:그럼, 한 잔 드시겠어요? 이건 제가 손수 골랐거든요.
테오도르 케니스:하하, 그렇게 손수 고르셨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거절하겠어요. (하며 웃고는, 테이블의 음식쪽에 시선을 둬) 그러면, 와인과 곁들이면 좋을 다음 메뉴도 또 추천해주시겠어요?
테오도르 케니스:추천해주시는 것들, 전부 괜찮겠네요. 아무래도 발렌티노 씨라 그런지... 다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하며 가볍게 농담조로 말하고는 이어 제 옆에 있는 와인 잔에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잔을 잡아들고는 이윽고 제 입으로 가져다대어 짧게, 한 모금을 넣어 마셨다.)
당신이 와인잔을 한 모금, 입으로 가져가 삼키면...
...왜 양이 그대로인 거 같죠?
...깜빡,
테오도르 케니스:.. (양이 줄 만큼은 마신 것 같은데.)
아. 아닙니다. 조금 줄은 것이 뒤늦게 눈에 들어옵니다.
루카스도, 따라 와인을 한 모금 마십니다.
루카스 발렌티노:테오도르씨를 생각하며 골랐거든요. 고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느껴지네요. (잠시 말이 없더니) 다행이에요.
루카스는 사람좋게 웃어보입니다.
..사람 좋게?
테오도르 케니스:(이상한 일이 연달아 이어지니, 쎄한 기분도 어느정도 들지만 당장 눈 앞의 루카스 발렌티노에게 거슬릴 만한 행동은 좋지 않다고 판단,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표정을 이어나갔다. 그러고는 제 앞의 프로슈토를 포크로 가만 푹, 찔러서 제 입 안에 넣어 우물거리고 삼켜) ... 역시 발렌티노씨 말이 맞네요, 엄선하신 와인에다 프로슈토를 함께하니... 엄청난걸요. (하며 마주 사람 좋은 얼굴로 웃어보이고는) 그나저나... 그러면 혹시 이 주변의 안개꽃도 발렌티노씨가 좋아하시는, 꽃인가요?
아뇨, 하지만 당신은 저 웃음이 가짜가 아니란 걸 알고있어요.
테오도르 케니스:(오히려, 가짜라면 제 웃음이 가짜에 가까울 터이니.)
루카스 발렌티노:사실 꽃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요. 굳이 고르자면...... 장미가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편이기도 하고. (와인 잔을 가볍게 흔들어 보곤) 하지만 굳이 하나 더 고르자면 안개꽃은 좋아하는 편이죠. 흠....... 잘 어울린다고 해야하나. 장미랑. (와인 잔 위를 톡, 톡. 소리내어 건드려 보고는 덧붙인다.) 안개꽃은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긴 하지만요. 케니스씨처럼?
테오도르 케니스:이렇게 온실 한 가득, 안개꽃만 가득한 건 처음봐서 여쭤본 것이었는데... 오히려 좋아하지 않으신다니 이거 전혀 예상치도 못한 답변이네요. (와인잔을 흔드는 모습에, 따라 다시 와인잔에 손을 뻗어 조심스레 한 모금 삼키고는) 장미랑.. 이라, 안개꽃은 그래요. 무엇과도 어울리죠. 어디에 두어도 그 꽃들을 보조해주는 것처럼 없어도 좋지만... 있으면 한결 더 아름답게 해주니까요. 하지만, 칭찬은 감사드리나 그게 제게 해당하는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네요.(하고는 어깨를 살짝 으쓱이고는, 와인 잔을 다시 내려두었다.)
루카스 발렌티노:그런가요. (이번엔 손가락 끝으로 식탁을 톡톡, 가볍게 움직이다 멈춘다.) 역시 꽃말때문에? (방긋 웃어보이곤 금세 시선을 주변으로 돌린다.) 왜, 그렇잖아요. 무채색은 뭐든 다 잘 어울리니까. 특히 흰 색은.... 검은 색과는 달리 어디든, 잘 녹아들죠. (건배하자는 듯 와인잔을 가볍게 들어보였다.)
가장 좋아하는 꽃들이 가득한 온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한 식탁 위 음식들.
제 생각을 알긴 하는지, 말을 끝낸 루카스는 당신을 향해 웃어보입니다.
그래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이상하죠.
다른 건 몰라도 저 웃음만은 상당히 익숙하고, 좋게 느껴집니다.
테오도르 케니스:(네가 움직이는 손짓을 가만 시선을 따라 바라보다가 이어지는 말에는 다시 네게 시선을 두고는) .. 아시나봐요? 뭐... 확실히 어느 쪽에도 녹아들기 좋은 색이 흰색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아시는 꽃을 이렇게 한 가득, 채워두시기에는... 오히려 좋아하신다던 장미꽃을 차라리 두시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안 그런가요? (하고 갸웃이고는 이어 와인잔을 들어 네 잔과 가볍게 부딪혀, 작은 소리가 나고는 또, 한 모금 삼켜 넘겼다.) 그나저나.. 이 식사가 끝나면, 예정된 게 있습니까?
이 역시, 루카스는...대답에 방긋 웃어보일 뿐입니다.
루카스 발렌티노:(따라 와인잔을 부딪히곤, 잔을 입에 가져간다.) 춤 합을 맞추어볼까 했는데..... 오늘은 식사를 마지막으로 정해둔 일정이 없어요. 푹 쉬실 수 있도록 방을 준비해 두었으니 내일까지는 쉬시면 될 것 같아요. 그만큼 컨디션 관리도, 휴식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우리에겐?
루카스의 말을 끝으로, 온통 흰 온실 안이 붉은 장미꽃 화원으로 바뀌어 보입니다.
이 역시 ㅡ,
깜빡, 다시 현실을 마주하기라도하듯, 흰 색의 안개꽃으로 돌아오지만요.
루카스 발렌티노:식사 다하셨으면, 일어날까요? 더 드신다면 함께 하도록 하죠.
테오도르 케니스:그러면, 일어나도록 할까요. 준비해주신 건 꽤, 즐겼다고 생각하니까요. (하고 가볍게 웃어보이고는 먼저 의자에서 슬 일어나.)
당신의 대답에 루카스가 따라 일어납니다.
루카스 발렌티노:오늘, 무도회 파트너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춤을 맞춰보는 건 말씀드린대로..... 내일 일어나서 하고,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방까지 안내해드릴게요.
테오도르 케니스:저야말로 이렇게까지 대접해주시니, 오히려 감사드리죠.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요. (하며 발렌티노 뒤로 따라갔다.)
식사를 끝낸 뒤 루카스의 뒤를 따릅니다.
....
완전한 어둠으로 물든 복도.
오래된 저택이라 그런지 깨끗하게 청소는 되어있지만 으스스한 분위기만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얼마나 복도를 나아갔을까요.
발렌티노가 들고 있는 램프의 불이 흔들리며,복도 저 멀리 있는 방쪽에서 무언가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테오도르 케니스:딱히 뭐.. 없는 거 같으니 이만 잘까. (하고는 침대에 제대로 눕습니다.)
침대에 눕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듭니다.
-
당신은 문 앞에 서 있습니다.
동시에, 의지와 상관없이 손을 뻗어 문을 엽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무도회장.
이유는 모르지만….
익숙한 풍경입니다.
커다란 유리창.
하늘하늘 흩어지는 흰 커튼.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빛.
눈이 부셔서 눈을 잠깐 찡그림과 동시에 피아노 선율이 들려옵니다.
피아노 소리는 다름 아닌 당신의 앞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커다란 검은 피아노...
그리고 거기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건,
이곳에서 제일 익숙함과 동시에 제일 이질적인 존재.
바로 루카스입니다.
당신의 발소리와 함께 뚝 끊긴 연주.
그와 동시에 몸을 틀어 당신을 바라보는 루카스.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테오.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따뜻한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당신은 그것에 홀린 듯 루카스에게 다가가 허리 숙여 가벼이 입을 맞추더니...,
똑똑.
테오도르 케니스:?
.....노크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깹니다.
....
테오도르님, 아직 일어나지 않으셨나요?
밝은 햇빛에 저절로 눈이 찌푸려집니다.
발렌티노가의 저택에 온 지 이틀째 되는 날의 아침입니다.
테오도르 케니스:와... 별 개꿈이 다 있네. (마른 세수를 하고는 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 적당히 답해) ... 일어났습니다.
당신이 목소리를 내자, 다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루카스님께서 식사를 마치시고 무도회장으로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식사가 끝나시면 옆에 종을 흔들어주세요. 무도회장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곧, 사용인들이 테이블에 간단한 스프와 빵을 준비합니다.
테오도르 케니스:(어제 그 스픈가..)
무감한 표정을 한 사용인은, 당신을 깨운 걸로 일을 마쳤다는 듯 덧붙이는 말 없이 조용히 방을 빠져나갑니다.
이 저택의 사용인들은 정말 귀신이라도 되는 걸까요….
소리 없이 나가는 모습이, 그런 당신임에도 어쩐지 소름끼칩니다.
간단히라도 먹는 게 좋겠죠.
오늘 새로 만든 스프와 빵인 것 같습니다.
테오도르 케니스:(테이블에 놓여진 스프와 빵을 가만 바라보다가, 스푼을 채 들기도 전에 밤새 둘러본다고 미처 닫지 않았던, 창문을 그제서야 닫으려고 몸을 일으켜 창가로 향합니다.)
창가 너머로 따스한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바깥으로 새 마차들이 오고가는 것도 보이네요.
테오도르 케니스:...아침이긴 하네. 밤에 비하면 멀쩡하잖아.. 당연한건가. (하고는 창문을 닫고, 제자리로 돌아와 스푼을 듭니다.)
스프 위에는 크투통이 올라가 있습니다.
토마토 절임과 샐러드, 빵도 그냥 빵이 아닌 것이 신경을 좀 썼나보네요.
테오도르 케니스:(그러고는 스프를 한 입 입에 넣고, 짧게 음미하고 넘기고는 이어 빵을 들어 스프에 살짝, 찍어서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 삼키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샌가 시간이 꽤 지나, 가벼운 아침식사도 끝을 냅니다.)
(이어, 후식으로 토마토 절임과 샐러드를 포크로 쿡, 찝어서 넣어 먹고는, 깔끔하게 접시 전부를 비워냅니다.)
마치 자택 셰프가 정해준 것만 같은 적당한 양입니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쳤습니다.
준비를 끝낸 뒤 종을 울리면 되겠어요.
테오도르 케니스:되게, 딱 적당한 양이네... (그러고는 옷을 갈아입고는 이윽고 종을 짧게 울렸다.)
딸랑 ~..
식사를 마치고 사용인을 부르면,
얼마있어 집사인 그레이가 도착해 당신을 무도회장으로 안내합니다.
그레이: 이쪽입니다.
테오도르 케니스:네, 안내 부탁드립니다.
그레이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무도회장의 입구입니다.
입구에서 무언가의 기시감이 느껴지지만.., 무도회장의 문을 여는 사용인을 보고 생각을 접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접을 새도 없이,
그 기시감의 원인을 곧 알 수 있었습니다.
...
화려하게 꾸며진 무도회장.
커다란 유리창.
하늘하늘 흩어지는 흰 커튼.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빛.
커다란 검은 피아노와 루카스 발렌티노.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까지 모두.
꿈에서 느끼고 본 그것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루카스 발렌티노:..? 테오도르. 왜 그러고 서 있어요.
당신의 인기척을 느낀 건지 그는 피아노 연주를 멈추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테오도르 케니스:(꿈에서 봤던 그 광경과 똑같은 모습에 자연스레 미간이 좁혀졌다가, 이내 네가 제쪽을 바라볼 것이 분명해 미간을 꾹꾹 눌러 표정을 펴고는 이어 네가 제게 말을 걸면 가볍게 미소지어) 발렌티노 씨가 피아노를 치시는 모습이 좋아서, 방해하면 안될 것 같았거든요. 계속 치시진 않으시는 건가요?
루카스 발렌티노:보고싶으세요? 제가 피아노 치는 모습이요. (드물게 안색이 밝아졌다 돌아온다.) 기다리면서... 잠깐 만져본 거예요. 그렇게 잘 치진 못하고요,
테오도르 케니스:아까, 치시던 곡은 끝까지 들어보고 싶은걸요. (어떠냐는 듯 바라보고는) 그러신가요? 제가 듣기엔 좋던걸요.
루카스 발렌티노:그런가요....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피아노 위를 쓸어보다 의자에 앉고는)... 그럼 들어주시겠어요, ...기회가 있다면 다음엔 다른 곡을 쳐드릴게요.
루카스가 자리에 앉아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합니다.
테오도르 케니스:(네가 앉는 모습에 자연스레 미소를 띠우고는) 네, 들어드릴게요. 발렌티노 씨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니 당연히 제대로 들어드려야죠. 다음엔 다른 곡이라... 기회가 된다면, 들어보고 싶네요.
어제의 차갑고, 소름끼치는 밤의 분위기는 사라져 보이지 않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피아노 음과 맞물려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 곡 어디서 많이 들어봤더라...
앙 투 투아, 라는 곳이었던가요?
오늘과 같은 날에 딱 어울리는 곡입니다.
겸손 떤 것 치곤 꽤 잘 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연주를 끝낸 루카스가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루카스 발렌티노:연습.. 시작할까요?
테오도르 케니스:(네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손과 손을 마주쳐 손뼉을 치고는) 좋은 곡이었어요. 그러면.. 할까요? (하고는 네게 손을 내밀었다.)
루카스가 웃으며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무도회장에 잔잔한 노래가 울려퍼집니다.
루카스는 당신을 손을 당겼다가 네 카운트 뒤에 부드럽게 놓으며 리드합니다.
기본 스탭을 밟은 뒤 허리를 틀며 왼발을 내딛으며 당신의 옆을 돌아옵니다.
사교계에는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사람이면서, 춤에 꽤 능숙하네요.
테오도르 케니스:(네가 저를 리드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미 넘어간 리드에 제 몸을 맡겨, 음악에 맞추어 스탭을 밟아가며 네 동작에 어우러지게 몸을 움직이다가 네게 시선을 두고는) 그나저나... 이런 자리에서 처음 얼굴을 뵙게 되었을 정도로, 사교계에서는 뵌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춤은 능숙하시네요. 따로 배우십니까?
루카스 발렌티노:사교계 교양은 기본이죠. 놀라셨나요?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자가 꽤나 능숙한 것이. (따라 박자에 맞춰 기본 스탭을 밟아 따라가 턴, 한다.) 아니면..... 음, 그래. 리드할 타이밍을 놓치신 쪽일까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표정이 퍽 얄미워 보였다.)
테오도르 케니스:그리 말씀하신다면, 그렇네요. 아무래도 이런 교양은 기본이니까요. 달리 발렌티노 씨를 기본도 없는 사람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고, 달리 예상하지 못한 것 뿐입니다. (하고는 슬 웃어보이더니 박자에 맞춰, 스탭을 밟다가 이윽고 반시계 방향으로 너와 손을 맞잡은 채로 빙글, 돌고는) 뭐, 어느 쪽이든 편하게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 달리 정답은 없으니까요. (하고 가볍게 씩 웃어보였다.)
루카스 발렌티노:바꿔드릴 의향이 있는데도요? (짧게 웃어보이곤) ... ...... 좋습니다. 그럼, 한 번 해 보세요. 리드. (그렇게 말하며 맞잡은 손을 힘을 주어 꾹 잡았다가, 갑작스레 풀어내며 어깨에 손을 얹어 금세 포지션을 바꿔버린다.) 케니스가 분이시라면 하실 수 있겠죠. 이런 제 멋대로 바껴버린 템포에도, 말이죠.
테오도르 케니스:딱히 그렇다고 바꿔달라는 의미는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하며 눈만 깜빡이며 너를 가만 바라보다가, 네가 저와 맞잡은 손을 풀어내고는 제 어깨에 손을 얹어 포지션을 바꾸는 모습에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려 가볍게 웃고는 포지션이 바꿔지는 과정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지지 않도록 바꿔진 포지션으로 네게 손을 다시 맞잡고, 네 허리에 손을 얹고는) 생각보다 제멋대로시네요. 그렇게 기대하신다고 하시니, 응해드려야겠지요. (하고는 흘러나오는 리듬과, 이 박자 그리고 이어지는 대열에 흐트러지지 않도록 왼발을 먼저 내딛어 스탭을 밟고는 가볍게 처음을 진행하다, 몸을 기울이고 왼발을 왼쪽으로 빼고 오른발을 다시 왼쪽으로 붙여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가볍게 네츄럴 턴으로 이어지게 해서 춤을 이어나갔다.)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루카스 발렌티노:그런 제멋대로인 행동도 받아내고 있으면서, 말이죠. (흔쾌히 대답하는 네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재밌다는 듯 픽 웃고는 맞닿은 손에 더 힘을 주어 잡는다.) 마음에 들어요. (그새 한 동작이 끝나자 바뀌는 음을 따라 시선을 네 두 눈에서 기교를 하는 곳으로 옮기곤 센터에 맞춰 손 끝을 따라 턴. 그리고 반으로 다시 돌아 네 쪽으로 밀듯 당겨짐과 동시에 다시 네 두 눈을 바라보며 웃는다.) 재밌다는 생각도 들고..... (네 손을 살짝 잡아 끌고는 귓가에 속삭이듯) 마치, 이미 몇 번 맞춰본 거 처럼.
테오도르 케니스:이번 건의 주최자이자, 제게 파트너를 제안해주신 발렌티노 씨인데 어찌 제가 그걸 거절하겠어요. (안 그러냐는 듯이 으쓱이며 널 바라보고는) 뭐... 저도 그리 싫지만은 않네요. (분명 둘은 처음 맞춰보는 합이자, 춤일텐데도 불구하고 음악에 맞춰 아무런 흠집 하나 잡을 곳 없이, 계속 이어나가는 움직임은 문제없이 계속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너와 발을 맞춰 스탭을 밟고 순간 순간은 네게 아주 가까워졌다가, 이윽고 떨어지기를 반복하기도 했고, 네 허리를 잡은 팔에 힘을 주어 타이밍에 맞춰 너를 제 팔에 감싸안겨 있듯, 뒤로 젖히게 하기도 하고 꼭 맞잡은 손에 힘을 주어 적당한 속도로 다시 한 번 턴을 빙글, 돌고는 가까워졌던 거리를 어느 정도 다시 벌어지게 한 채로 여전히 춤을 이어나갔다.) 재미있다니, 이거 다행이네요. (그리 답하다 네가 제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는 조금 이전의 일들과, 찾아보았던 각종 문서들을 생각하면 괜스레 찝찝하면서도 쎄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달리 네게 티를 낼 생각은 없었기에 그저 살짝 눈을 휘어접어 웃어보이고는) 그러게요, 정말 이전부터 몇 번이나 맞춰본 것 처럼 저희는 완벽한 춤을 이어나가고 있네요.
루카스 발렌티노:이제와서 후회하시는 거 아니죠. 저는, 파트너에 응해주신다고 했을 때.... 꽤나, 기쁘다고 느꼈거든요. (리드로 시작했던 포지션은 어느새 네 스탭에 맞춰 흔들리듯 움직이고 있으니. 어렵지 않다는 것 마냥 네 한 팔 가득 허리를 감겨 그에 기대기도 하고, 떨어지는 시선과 어깨 사이로 스치듯 네 손을 당겨 잡은 뒤, 널 한 번 바라보았다 반 시계 방향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한참을 계속, 노래가 멈추는 타이밍에 맞춰 네 몸에 기대듯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추어 떨어지곤, 마무리로 가슴께에 손을 얹어 파트너에 대한 예의 인사와 함께 춤을 끝낸다.) 이 정도라면 걱정할 것 없겠네요. 그렇죠, 파트너 테오도르. ...씨? (방긋)
테오도르 케니스:이제와서 후회한다고 하기엔, 보시다시피 꽤 늦었네요. (하고 살짝 미소짓고는) 저야말로, 오히려 제게 파트너를 신청해주시리라 생각도 못했으니까요. 반가웠죠. 왜 굳이 제게 파트너를 신청하신 것인지는... 의문이지만요. (하며 흘끗, 너를 바라봤다가 이내 스탭을 밟기 위해, 자연스레 고개를 틀어 춤을 이어나가며 처음에 저를 리드했던 것과는 달리 바뀌어버린 포지션으로 너를 리드해가며 마치 처음부터 리드를 한 쪽은 제쪽이었다는 것 마냥, 자연스럽게 춤을 이어나가다 노래가 점차 잦아들고, 우리가 밟는 스탭들 또한 움직임이 천천히 줄어들다보면 이내 연습용으로 추었던 것이 이제야 끝을 보일 때가 되면, 마무리로 저 또한 제 가슴께에 손을 얹고 몸을 숙여, 예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끝낸다.) 그러게요. 굳이 합을 맞춰보지 않아도, 괜찮았을 정도의 춤이었는걸요. 정말 영광이네요 이런 파트너와 함께라니... 그렇죠, 파트너 발렌티노 씨. (하고 적당히 선을 긋듯 그리 말했다.)
루카스 발렌티노:(명백히 선을 긋는 모습이었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네게 똑바로 시선을 맞추어 장난스레 웃어보였다.) 그렇게 선 그으시면 제 쪽에서 알고도 연습을 하자 조른 거 같잖아요. (네게 성큼 다가가 춤을 추며 조금은 헝크러졌을 타이를 바로 고쳐주곤 떨어진다.) ... 어린애도 아니고.
테오도르 케니스:뭐, 혹시 그런 거... 신경이라도 쓰시나요? 딱히 남들 시선을... 신경 쓰시는 타입이라고는 생각 안 되는데 말이에요. (하며 가만 바라보고는) 하지만, 파트너는 어디까지나 파트너잖아요. 안 그런가요? 이후에 다시 만나 뵐 일이 있을지는.. 모를 일이니까요. 애초에 여기서 처음 뵙기도 했구요. (짧게 웃고는 네가 제 타이를 고쳐주면, 이쪽은 춤을 추며 헝클어졌을 네 머리칼을 조심스레 쓸어 정리해주고는) 만약 신경 쓰신다고 하시면, 어느 정도는 받아드릴게요. (하며 살, 눈을 휘어접어 웃어보였다.)
루카스 발렌티노:...춤 연습은 이쯤으로 해 둘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더 맞추어 볼 필요는 없을 정도로 합이 좋으니 말이에요. 그러니까, (부드럽게 네 손목을 잡아끌며) 잠시, 바깥으로 바람이나 쐬러 가요. 벨로체는 바다가 아름답거든요. 자랑거리 중 하나이니, 오신 김에 보고 가세요. 바쁘신 분이니..., 파트너로서 찾아오신 오늘 하루만은 저를 위해 잠시 시간 내 주실 수 있겠죠. (손을 조심스레 놓고는 정중히 마주 서며) 데이트 신청, 받아주시겠어요.
그리고, 신경 안 씁니다. 건너 들으셨다면 아실 텐데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살짝 웃어보이곤) 밖에서 기다릴게요.
루카스는 대답대신 당신을 향해 웃어보이곤, 밖으로 향합니다.
테오도르 케니스: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요. 달리 더 맞춰보지 않아도 합이 이렇게 잘 맞는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하며 가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가 제 손목을 잡아끌면, 그저 그냥 이끌려주고는) 바다가 아름답나요? 그건, 조금 흥미가 생기네요. (하며 너를 바라보다 이어지는 말에는 작게 웃곤) 뭐... 아까 말씀드렸듯이, 어느 정도는 받아드린다고 했으니까요. 달리 할 일도 없으니... 응해드리죠. (하며 네가 향하는 그 곳으로 네 뒷모습을 따라 걸어가) 기다릴 필요도 없으실텐데요. 지금 정했으니까요. 같이 가시죠.
루카스 발렌티노:(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작게 소리내어 웃는다.) 선택이 빨라서 마음에 드는데요? ...흠, 그럼 개인적인 질문을 하나만. 다른 분들께도 이리 허물없이 대하시는지요.
아, 발렌티노에 관해선 언뜻 들어서 알고 있죠. 조사도 했고요.
벽을 느꼈으면 느꼈지. 이렇게 허물 없이 대한 적이라곤.. ....
.... ...허물없이?
지금, 루카스가 당신에게 허물없이, 라고 물었나요?
오히려 지금 발렌티노가 당신에게 하고 있는 행동이잖아요?
테오도르 케니스:그거, 어떤 답을 드려도 달리 좋아하실 것 같지가 않은데... 기분 탓일까요? (하며 작게 웃고는 제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대곤) 발렌티노 씨가 저번에 그러셨죠. 노코멘트 라고요. 저도 그걸로 답해드리죠.
루카스 발렌티노:흠, 그래요. 그럼 내가 착각했나봐요. (전혀 풀 죽은 기색없이 이미 세워져 있는 마차를 바라보며) 더 늦어지기 전에 출발하죠.
테오도르 케니스:뭘, 착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하며 괜히 네 말꼬리를 잡고는) 네, 그러면 출발하죠. (하며 마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
당신이 마차에 오르자, 루카스가 따라 오릅니다.
가벼운 채비도 없는, 충동적인 외출이에요.
둘은 마차를 타고 함께 저택 밖으로 향합니다.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닷바람.
산에는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어 가을의 풍요로움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바다에 떠 있는 배가 울리는 고동 소리와 갈매기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시계탑의 시침이 3을 가리키는 걸 보고서 두 사람은 활기를 띤 사람들 틈으로 발을 움직입니다.
주황빛 조명이 들어온 곳과 사람들이 북적이는 식당이 눈에 띄네요.
마차에서 내리면, 손목에 있는 시계를 한 번 바라본 루카스가 먼저 입을 엽니다.
루카스 발렌티노:......잠시 들릴 곳이 있는데, 함께 가주시겠어요?
테오도르 케니스: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그럼요. 같이 가드릴게요.
그렇게 말을 마치고 이끌리는 방향대로 따라 걸으면, 가게가 하나보입니다.
액세서리 판매점이네요.
....여긴 왜?
따뜻한 주황빛 조명이 보석을 반짝이게 만듭니다.
테오도르 케니스:뭐, 누구에게 선물하실 거라도 있으신가요?
귀걸이부터 목걸이, 반지까지.
고가로 보이는 장신구들이 가득합니다.
루카스 발렌티노:그럼요. 지금 아니면 안 될 거 같아서... 아, 발렌티노로, 주문했던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테오도르 케니스:그렇게 급할 정돈가요? 밖에 안 나오셨으면, 꽤 곤란하셨겠어요.
발렌티노가 가게 주인에게 말을 건내자, 곧 주인이 안 쪽에서 비싸보이는 보석함 하나를 가져옵니다.
테오도르 케니스:...한 번 곤란하다고, 생각도 해보셨으니까. 이번 건은 거절해도 괜찮겠습니까? 아무래도, 저희 가문쪽엔 보석은 차고 넘치니까 이런 선물은 조금 의아하네요. 잠깐 며칠만 보고, 고작 춤만 추는 파트너에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 손에 얹어진 세공품을 가만 바라보다가 네게 손을 내밀어 너를 바라봤다.)
루카스 발렌티노:케니스 가에서 보석을 채굴하는 채광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어요. 그냥 보석이 아니니 받아주세요. 기념품이라 생각해도 좋으니까. (마지막 질문엔 대답을 조금 망설였다.) ... ..글쎄요, 호감가는 상대라 그런가? 잠깐 뿐이라도 친해지고 싶어서요. 이 정도면 대답이 됐으려나.
테오도르 케니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일단 받겠습니다. (하고는 너를 흘긋 바라봤다가 제 손 위의 보석함을 조심스레 열었다.) 단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어쩌다 소문으로만 듣게 된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호감을 가지신다고 하시니... 제 기준으로는 조금 의아하네요. 물론, 발렌티노 씨에게 호감을 받고 있다는 점, 그것만큼은 무척이나 영광이지만요. (하며 가만 눈을 끔뻑이다가 네게 시선을 맞추고는 조금, 작게 네게 들릴 만큼만 읊조렸다.) 나중엔 다른 대답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보석함을 열면, 안에는 가운데에 보석이 크게 박혀 아름답게 세공된 브로치가 있습니다.
....신기한 보석입니다.
푸른빛과 붉은 빛을 동시에 띄고 있으니까요.
빛을 받으면 푸른 빛이, 어둠 속에선 붉은 빛으로 보이네요.
....이런 보석을 본 적 있던가요?
루카스 발렌티노:저는 운명을 믿고 있고, 그 상대가 케니스씨일 뿐이에요. 대답은.. 글쎄요, 어떨지. (들어왔던 문고리를 살짝 열어 네가 나오길 기다린다.) ..자, 이동하죠.
테오도르 케니스:확실히... 그냥 보석은 아닌 듯 하네요. (끄덕이고는) 무척이나, 아름답네요 이 보석은... 신경 써주신 만큼, 마음에 드는 선물입니다. 감사드려요. (하고 네게 가볍게 감사의 인사로 목례하고는 고개를 들어 네게 시선을 둬) ...운명을 믿으신다니, 정말 운명일지는.. 지켜봐야겠네요. (너를 뒤따라 밖으로 나왔다.)
루카스를 따라 나오면, 실외 식당이 보입니다.
벨로체라는 이름답게, 파도치는 바다가 아름답게 보이네요.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곳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마치 준비라도 했던 것처럼, 발렌티노. 네 글자의 이름에 간단한 음식들이 오고갑니다.
용병으로 보이는 한테이블은 맥주잔을 들고 건배 하고,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는 부모님이 주문 해준 팬케이크를 한입가득 베어무는 그 모습은 평화롭습니다.
바닥은 어째서인지 소복히 쌓인 모래들로 가득합니다.
단순히 해변이 근처에 있기 때문일까요?
테오도르 케니스:되게, 특이한 컨셉이네요... 사람도 되게 다양하게 모여있군요.
루카스 발렌티노:바다의 도시 벨로체니까요. 명물이죠, 그런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하는 것은, 로망도 되고요.
테오도르 케니스:그러니까, 푸른색이라는 말씀이시네요. 단순히 좋아하는 색을 제가 가지고 있음에 제게 호감을 가지시는 건 아니시죠? (하며 농담조로 네게 묻고는) 글쎄요 질문이라... 발렌티노씨, 바닥의 모래가 왜 이렇게 많은지... 아니, 왜 자꾸 늘어나는 것만 같은지. 아시나요?
루카스 발렌티노:아쉽게도 그렇게 쉬운 사람은 아니라서. (깍지 낀 손을 턱에 대며 웃는다.) 모래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요. 그야 파도가 치니까 밀려오는 거잖아요.
테오도르 케니스:그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것 치고는... 저를 대하시는 행동은 무척이나 쉬워보이는데요. 이것도 운명을 믿기 때문이신가요? (하고 갸웃이고는) 흐음, 그런가요... 기분 탓인가 보네요.
루카스 발렌티노:별로 상관없지 않습니까, 이제와서. (의미심장하게 웃어보이곤) 운명을 믿기 때문이라. (식탁 위에 올려진 체리 한 조각을 포크 끝으로 가지고 놀다가, 알갱이를 쿡 찔러 터트린다.) 네. 아마도. 이상하다고 생각되시나요? 재미없다던가, 그런 비현실적인 단어는 믿지 않는다던가. 어느쪽이신지 궁금하네요.
테오도르 케니스:이제와서... 라고 하기엔, 저희는 마주한 지 오랜 시간이 되지도 않았으니까요. (안 그러냐는 듯 널 바라보고는) 글쎄요, 딱히 신경을 안 쓰는 쪽에 가까우니... 굳이 꼽자면 후자겠네요.
루카스 발렌티노:그런 거 치곤 너무 많은 기회를 옅보시던데요. 둘이 남을 기회라던지. 으슥한 시간이라던가.... 안 그런가요.
테오도르 케니스:운명을 믿으신다고 하신 거 치고는, 제게 많은 관심을 쏟아부으시고 계시네요. (그러고는 과할지도 모르겠어요.하고 덧붙이고는 으쓱였다) 그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도 발렌티노씨에게 어느 정도의 관심은 있으니까요.
루카스 발렌티노:그 운명의 상대가 제 바로 앞에 계신데요? (싱글벙글) 자, 그럼 이번엔 좀 다른 질문을 해볼까요.... ..어제 밤에, 서재에서 무얼 보셨죠?
테오도르 케니스:오히려, 운명이라기보다는 인위적인 운명을 만들어내시는 것은 아니신가 싶어서요. 아니라면, 아니겠지만요. (하며 가볍게 미소짓고는) 음 다 아시고 질문하시는 것 아닌가요? 굳이 답변을 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루카스 발렌티노:...그럴리가. (먼 곳에 시선을 두고는) 흠, 그에 대해 여러가지로 물어보실 줄 알았는데..... 그건 좀 의외네요.
루카스의 입이 다물어짐과 동시, 주변의 공기가 한 순간에 스산해집니다.
시계탑의 종이울립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테오도르 케니스:제가 물어본다면... 그래, 예를 들면, 지금 같은 상황에 대해서요? (하며 어떠냐는 듯 바라보다가 종이 울린 시계탑을 가만 바라봤다.)
시침은, 3을 가리키고있습니다.
.....잠깐, 3이요?
우리, 벨로체에 도착했던 시간도.....3시였잖아요.
루카스 발렌티노:그런 뜻이 아니라는 거 알잖아. (여전히 웃는 투로, 널 바라보며 턱을 괸다.)
그래서, 원하는 정보는 얻었어? ...라고, 물어야지만 대답해줄 수준의 눈치없음은 아닐텐데. 이상하네.
손 끝이 탁자에 톡. 톡. 부딪힙니다.
테오도르 케니스:글쎄요. 이쯤되면 궁금해요. 발렌티노씨의 목적은 뭘까~ 하고요. (가만 눈을 끔뻑이고는) 오히려, 답을 그렇게 순순히 해주실까. 싶어서 아무런 물음도 하지 않았다면요?
루카스 발렌티노:목적이라..... 그 전에 말할 게 있죠. 분명 여러번 기회를 줬잖아요. (그 모습이 익숙하다는 듯, 싸늘한 시선이 사람들 어딘가로 이어집니다.)
왜 안죽였어?
테오도르 케니스:(네 그런 물음에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더 기다리기는 지치신다~ 이건가요? 꽤, 완벽한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고 한다면?
당신의 대답에 루카스가 소리내어 웃습니다.
그 웃음엔 슬픔이나 기쁨, 그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 텅 비어있습니다.
테오도르 케니스:눈치가 좋은 분이라, 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이거 직접 들으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그렇다고 당신이 순순히 제 손에 죽어나가는 건 그거대로 재미없지 않나요?
물론, 그렇다고 당신이 날뛰어서 역으로 저를 죽이고자 한다는 건... 당연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요. 그래서, 그 묘약은 뭐였나요? 인위적인 운명을 위한 한 걸음? 아니면, 이전에도 이어져왔던 반복적인 행위?
어느 쪽이지? 아무것도 아닌가? 말해보지 그래, 말해줄 생각은 있는 것 같은데.
루카스 발렌티노:당신은 예전부터 그랬어. 기회를 줘도 항상 내 앞에 서면 뭐가 그리 고민인지... .. 뜸을 들이고, 망설이다 놓치기 일쑤였지.
...아, 걱정하지 마. 너를 죽일 생각은 하나도 없어. 죽였을 거였으면 그 또한 내게도 기회는 많았다고 생각되는데. 음식에 독약을 탄다거나, 자는 밤에 트랩을 깔거나, 사람을 시키던가. 뭐... 대충 이런 것들?
그래. 그러니까. .... 넌 그 전에도, 그것보다 훨씬 전에도. 내 것들을 보고 나서 나랑 마추치면.. 티는 안냈지만 무척 당황했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 거라고 해둘까.... 아무튼, 그게 내 눈에는 정말 사랑스러웠는데. (미미한 웃음을 마지막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살짝 감았다 뜬다.) 굳이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군.
테오도르 케니스:예전부터라, 나를 꽤 오래도록 봐왔다는 것 마냥, 말을 하네... 그건 좀 기분이 별론데. (하며 제 입가에 손을 얹고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널 바라봐) 그래, 죽음을 기준으로 둔다면 둘 다 달리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건 사실이네. 그래서 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는 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네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제멋대로잖아. 그런 설명은 안하니만 못하지. 안 그런가?
루카스 발렌티노:확실하게 말해둘게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테오.
그래서,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끝낼까 생각해. 이젠 의미없을지도 모르니까. (잠시 시선을 돌려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행복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웃고, 떠드는..... 하지만, 멈춰있는 시간 속에서.) 지금이 몇시일 거라고 생각해?
시계는 여전히 3시에 멈춰있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발버둥치고, 시간을 돌리려고 애써도, 이 시간은 움직이지 않겠죠.
그래요, 테오도르.
그런 유능한 당신마저 할 수 없는 겁니다.
테오도르 케니스:그래, 그건 맞아. 사실이지. 하지만 그렇게 굳이 콕 찝어서 다시 알려줄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하하, 짧게 낮은 목소리로 웃고는) 원래라면, 채 5시가 넘었을 시간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전혀 아니네.
루카스 발렌티노:운명을 믿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그 누구보다 운명에 얽메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일지 이번에 잘 생각해봐. 시간이 얼마 없거든. (멈춰있는 시간을 바라보며 호선을 그리며 웃어보인다.) 이곳은 네가 본대로 더이상 시간이 흐르지 않아. 이 다음 시간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누군가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리고, 이 전의 시간들은 네 시간이 사용되면서 흘러갔어.
테오도르 케니스:전혀 무슨 ㅁ
루카스 발렌티노:하지만 이번엔, 내 시간이 사용됐으면 해서. ...네 피가 필요해. 사랑의 묘약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말이지.
살고싶잖아. ...읽었을 거 아냐? 네가 몇 번이고 죽었다는 사실.
테오도르 케니스:... (짧게 마른 세수 하고는) 전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이래나 저래나 시간은 흘러가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네시간 내시간이 어디있지? (그리 말하다 이어진 네 말에는 혀를 차곤) 허, 그래 네 말대로 네가 날 아주 잘 안다고 쳐, 그리고 몇 번이든 봐온 상대라고 쳐, 그럼 알 거 아냐? 자신의 피가 아닌 타인의 피에 더 흥미가 있다는 걸. 당연히─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지.
몇 번이고 죽었다고 해도, 다시 또 제 삶으로 돌아와 너를 마주하는 걸 보면 그리 가벼운 목숨은 아닌가본데. 꽤 질기잖아. 그러면... 그걸 굳이 의식할 필요가 있나? 내가 할 일만 마치면 나는 그걸로 만족해. 도대체... 내가 뭘 죽는다는 건지 전혀 모르겠네.
이전의 이전의 이전의 이전의... 내가 반복된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그건 이전이지 현재가 아니잖아? 믿을수도 없는 말을, 뭘 믿고 내가 협조를 해야하지? 네가 그렇게 믿는 그 운명, 만들어줄테니까 이왕 멈춰진 시간에서 원하는대로 순순히 죽어주던지. 이것도 꽤 괜찮은 운명아닌가요? (슬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띠웠다.)
루카스 발렌티노:왜냐하면...... 그 시간선 속에서 항상 죽음을 맞이한건 내가 아니라 너였으니까. 나 때문에 네가 죽었고, 나로 인해서 네가 죽었어.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아닌 네가 살긴 바란거였는데. (잠시 씁쓸한 미소가 허공을 멤돌다 흩어졌다.) 설득할 필요도, 대화를 할 시간도 더 필요가 없었던 거 같네. 너는 이미 네가 갈 길을 정한 거 같으니까. (잠시 말을 고른다.) 그래...... 그래, 이렇게 된 거. 네가 가장 원하는, 가장 아름다운 때에 네 곁에서 죽어주는 게 좋을 거 같아.
…어차피 넌 이런 걸로 슬퍼하지 않을 테니 걱정되지는 않지만.... ..그래, 넌 내가 죽으면 날 기억하지 못할테니까. 시간선에서 사라지게 되거든. 이 시간선 바로 전의 너는 우리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내 이름을 부르면서 죽어버려서, 얼마나 슬펐는지 몰라. 넌 기억 못하겠지만, 테오.
그래서, 오랜만에 이렇게 길게 함께 해서 기뻐. 그러니.....
이번에, 같이 춤추는 장면을 마지막 추억으로 남겨도 될까.
그렇게 말하는 당신 앞으로, 어제의..... 그래요.
투명한 보라색 액체가 담긴 약병을 하나 밀어줍니다.
사랑의 묘약.
테오도르 케니스:(네가 읊조리는 말들을 가만 듣다보면, 허. 하고 가벼이 혀를 찼다.) 내가 네 말을 믿어도 된다고 생각해? 네 말이라면, 나는 너를 몇 번이고 수십 수백번을 마주했던 사람이라는 건데, 당장 지금의 나는 네가 그저 처음보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상당히 기가 막혀. 너라면 당장 처음보는 사람이 너를 몇 번이나 만나왔고 너를 잘 알고 있는데 네가 죽을 위기에 처해있어서 널 도와주려고 하는데, 네 피가 필요하다고 하면 도대체 어느 누가 이걸 제정신으로 받아들여? 물론 여태 있었던 쎄한 기억들을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솔깃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그런데... 그게 정말 기분탓인지 아니면 네가 꾸며낸 상황에 말려서 이렇게 이어져나간건지 알 수 없잖아? 어디까지 믿어도 좋을 지 전혀 모르겠네. 그렇다고, 믿음을 준 것도 아니고. (안 그래? 하고 덧붙이고는 제 얼굴에 손을 얹곤) 순순히 죽어달라고 했지만, 그렇게 재미없게 죽어달란 말은 아니었는데. 날 안다며, 아는 게 맞아? 알면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어 네게 다가가서는 네 가슴께 쪽의 옷자락을 잡아당겨 저와 아주 가까이 시선을 마주하게 하고는) 헛소리를 하려면 그럴싸하게 하던가. 이런 허무맹랑한 걸 어떻게 믿으라는건데, 어차피 내가 정말로 죽는다고 쳐. 그래 그러면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은 아무 의미도 없는 거 아냐? (이내 비어있는 제 다른 한 손으로 옷 안쪽에 숨겨두었던 총을 하나 꺼내고는 철컥, 하고는 장전하더니 제 검지손가락에 총을 흔들리게 끼워두고는) 이 말도 안 되는 말을 어디서 어디까지 믿어야 좋을지 모르겠으니까, 오히려 반대로 하지. 선택권을 네게 줘보겠어. 그 총으로 나를 쏴서, 피를 가져가던지 아니면 스스로를 쏴서 내가 원하는 걸 하게 해주던지. 어때, 이 편이 더 재미있지 않아?
루카스 발렌티노:..그러게, 하지만 나는 그런 너를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너도 그런 나를 좋아했어. 항상. (감정 없는 웃음을 토해내고 나면, 그 위로 남은 것 또한 지쳐버린 기색이었다. 옷자락이 당겨져 강제로 두 시선이 맞물리면, 이 또한 남는 것은 안광 없는 두 눈에 담긴 허무뿐이었으니까.) 알아. .....그래서 하는 말이야. 좀, 편하게 살았으면 해서. 네가 항상 갖고 있던 그 흥미랄 것도 없는 흥미와 관심. 이렇게 재미없고 쉽게 나온다면 이번엔 좀 포기해줄까 해서. ..화났어? 화나보이네. (실소는 곧 조소를 만들어낸다.) ...테오도르 케니스. 값어치 있고, 아름다우며,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잔인무도한 사람. 그리고 나는 그런 추악한 부분까지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던, 그런 사람.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 하도록 걸려있는 총을 네게 바로 쥐여주곤, 귓가에 속삭이듯 건넨 말이 있었다.) 아니지, 이런 사람 많은 곳에서 살인을 하는 건.... 네 가문과, 지금껏 쌓아내린 명성에 많은 금이 가잖아. 물론, 그렇게 되어 네가 기댈 곳이 내 옆 뿐이라는 사실만 남는다면.... 더할 것 없는 만족이긴 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피 보지 않아도 이 모든 결말은 네가 생각하는 대로 될 거야. (더욱이 상냥하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는 말투였다.) ..어쩔까. 네가 가장 좋아하는 결말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데.... ......그 길로 이끌어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생각나지 않아. 그냥, 이대로. 같이 죽을래?
테오도르 케니스:확실히, 네가 말하는 내가 어떤 시간선의 나였을지는 몰라도 그래. 네 스스로가 알고 있겠지만, 너는 내가 좋아할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으니까. (하며 담담하게 말하고는 네 안광없는 붉다못해 마치 핏빛과 같은 느낌이 드는, 그래 테오도르 케니스가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 눈을 제 두 눈에 담아, 전혀 시선을 돌릴 생각 없이 계속 눈을 마주한 채로) 편하게 산다라, 너는 눈 앞에 가장 값어치가 있고, 탐이 나는 걸 가만히 사라지게 두나? 최소한 어느 한 조각이라도 가져야 조금이라도 덜 찝찝하지 않겠어? 그런데 네가 하는 말은, 눈 앞에서 굉장히 탐이 나는 걸 손에서 놓으라는 얘기 아닌가? 어렵지, 암 그럼. (하며 네 옷자락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잡고는)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에 대해서 알고 있어서, 원래라면 불쾌하다거나 기가 찬 게 당연한데... 이상하게도 알고 있는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걸 보면, 그 동안 기회를 놓쳤던 이유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하네. (네가 오히려 제게 총을 다시 쥐여주고 그렇게 속삭이면 작게 실소를 터트리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가, 이내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어 너를 가만 아무런 말 없이 바라보다가 이윽고 네 옷자락을 꽉 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힘을 풀어 거리를 둔 채로 놓고는) 알면, 그 길로 이끌어주는게 제일 좋을거라는 것도 알텐데. 그 대단하신 루카스 발렌티노가 그런 해답 하나를 못 찾는다고? 이거 하나는... 웃기네. (그러고는 네 입에서 흘러나오는 마지막 한마디엔 제 눈썹이 꿈틀거렸다.) 웃긴다더니, 웃기는 소리를 그렇게 이어서 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내가 하고자 하는 건, 널 내 손으로 죽이고 나는 의뢰를 완수한 사람으로 돌아가는건데 말이야... 그렇게 되면 네 말과 같아질 수 있다.. 이거란거지. 허, 정말 그 대단하신 머리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보잘것 없는 결과밖에 없나? 다시 생각해봐. (네가 제게 다시 쥐여주었던 총을 아래로 둔 채, 꾹 쥐고는 눈을 느릿하게 감아뜨며 너를 바라봤다. 마치 그게 정말로 최선이냐는 듯.)
루카스 발렌티노:믿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여러 번의 시간 선을 반복했지만, 테오. 너는 언제나 내게 단 하나의 사람이자, 사랑이었어. 너는 더 이상 아닌 거 같지만. (두 눈은 짧은 시간 감겼다 뜨이고, 짓누른 아랫입술 사이에선 피가 올라옵니다.) 그래. 그렇기에 나는 이번의 네가 자신의 의지로 인해 후회하길 바라. 값어치 있고, 탐나는 것이 손에 쥐어보기도 전에 사라지는 그 느낌.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을 끝내 원했으면 해. 그 어떤 행복 속에서 살고 있다 해도 나라는 존재 하나가 네 인생의 오점이 되었으면 하고, 그로 인해 만족할 만한 삶이었다는 말 따위.... 생각도, 못 해봤으면 해. (그런데도 두 눈은 널 똑바로 바라본다.) 맞아. 나는 사실, 네 불행을 바랬을지도 모르겠어. 그래야 그사이에 나라는 존재를 끼어넣을 수 있으니. (쥐어진 총을 그저 바라보다, 총알을 모두 빼 모래 위로 떨어트린다.) 이보단, 네가 더 보고 싶어 하는 나의 죽음을 보여줄게. 단언하겠는데. 이건, 전부 "테오" 이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마지막 특별 대우야. ...이끌어주겠다고. 내가 사랑하는 너니까. 그 최선을 네게 주겠다고 말이야. (빈 총을 다시 네 두 손에 쥐여 준다.) 그래, 왜 너를 사랑하게 됐을까. ....왜, 그런 허무하고도 소설과도 같은 운명 따위를 네게서 느꼈을까. 왜 항상 네 운명의 상대는 내가 아닌 거 같지? (네 어깨를 강하게 잡아끌어 두 입을 맞춤과 동시에,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어 피를 내고, 그것을 삼켜낸 뒤 떨어진다. 마지막 인사란 듯이.) 그만 돌아가자. 네가 바라던, 이야기의 끝을 내러.
당신에게서 떨어진 루카스는 웃음 지어보지만, 그 웃음에 씁쓸함이 배어있다는 건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표정의 미세한 변화까지 알아보는 걸 보면....
정말, 당신은 루카스를 사랑하는 게 맞나봐요.
이 기이한 두근거림에 이제서야 이름을 붙여줄 수 있었습니다.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하지만 명백한 사랑 이었는데.
...왠지, 입가에서 씁쓸한 피맛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
모든 건 루카스의 뜻대로.
더는 당신이 죽는 시간을 반복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피를 삼킴과 동시에 루카스 발렌티노의 손끝이 모래처럼 바스러져 갑니다.
모래시계처럼 하염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며,
당신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요.
…부서지는 속도를 보니 오늘 밤 무도회까지는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시각 3시 10분.
시간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뭐라 답할 시간도 없이 다시끔 저택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아, 그래요. 당신...
또, 루카스를 제 손으로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겁니다.
사실 총 따위 쥐어주지 않아도 됐잖아요?
그냥 그 자리에서 죽일 수도 있는 거였으면서?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이 끝에 당신의 뜻은 없습니다.
그야.
이 모든 것은, 루카스의 뜻대로.
테오도르 케니스:(네가 제 아랫입술을 짓눌러,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피는 달리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 순간에 일어난 것이기에 표정이 변할 틈도 없었고, 그저 제 입술에 여전히 맺혀있는 피를 제 손으로 가볍게 문지르고는 저 스스로도 제 표정이 어떠한 지 가늠이 오지 않아 자기 멋대로 하는 너를 가만 바라보기만 하고는) ... 정말 제멋대로네. (하고 작게 읊조렸다.)
-
어쩐지 입가가 쓰린 느낌도 들지만... 뭐, 어떱니까.
늦은 오후의 7시.
당신은 방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자, 이제 가볍게 준비를 끝내고 루카스를 맞이하러 가 볼까요.
이 기이한 두근거림의 끝을 봐야하지 않겠어요?
무도회장으로 가 보는 게 좋겠습니다.
테오도르 케니스:(제 손을 가만 쥐었다 펴고는 이윽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가 고개를 조금 젖혀, 느릿한 발걸음으로 무도회장으로 향하기 시작해) ...
무도회장으로 가는 길은 아름답게 꾸며져 있습니다.
곳곳에, 당신이 좋아하는 흰 안개꽃이 가득.
이제는 이 꽃의 다른 의미를 압니다.
그야,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안개꽃이잖아요.
그리고 그것을, 루카스는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겠죠.
당신은... 그에대해 제대로 아는 것 하나 없으면서 말입니다.
....
입구에 도착하면, 문 틈으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7시가 조금 지나 푸른 밤의 장막이 내릴 때 쯤입니다.
마지막 무도회의 날로는 정말 아름다운 밤이지 않아요?
오늘 이 곳에서, 그 붉은 두 눈을 마지막으로 보게 되겠죠.
테오도르 케니스:(그렇게 걸어오면서, 전혀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주변을 둘러볼 생각 하나 없이. 정해진 길을 그저 걷는다는 느낌으로 쭉 걸어와서는, 입구에 멈춰서서 문 틈으로 새어나오는 빛을 가만 바라보다가 천천히 문을 밀어,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향하면, 넓은 무도회장이 당신을 반깁니다.
사람 하나 없고, 오로지 당신을 위한 샹들리에와 꽃내음이 한 사람을 반깁니다.
......
..
가벼운 구둣발 소리.
당신의 심장이 가볍게 뛰었습니다.
그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 것처럼.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 소리의 주인은 루카스입니다.
화려하고 아름답게 갖춰 입은 루카스의 모습이 두 눈에 가득 담깁니다.
붉은 두 눈이 샹들리에의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루카스 발렌티노님, 테오도르 케니스님께서 자리하십니다!
소리없이 열리는 안의 문,당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어쩐지 입이 다물어집니다.
무도회장의 화분조차 모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흰 안개꽃입니다.
당신의 모습을 본건지 루카스는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꽉 맞잡았습니다.
그 온기에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어느새 모인 모든 사람의 눈이 이쪽을 향해 있습니다.
루카스는 그 시선을 받아내면서도,오로지 당신만을 두 눈에 담습니다.
그래요.
이건 우리의 마지막이니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시간조차 아까운,그런 마지막이니까.
마침 두사람이 함께 연습했던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두사람은 그렇게 무대에 올라 함께 춤을 추겠지요.
약을 먹어 무너지는 사람의 손을 잡으면 손이 바스라짐을 느끼고,
허리를 잡으면 허리또한 바스라짐을 느낄겁니다.
자, 몸이 전부 바스라질 때까지 춤을 춥시다.
루카스 발렌티노:맞춰줄래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어 보이곤 다가가 작게 읆조립니다.) 마지막이니까.
테오도르 케니스:거절할 수도 없지 않나요? (처음과 달리 웃던 기색은 없는 채로, 너와 그저 시선만 마주하고는 천천히 음악에 맞춰, 기본 스탭을 왼발을 먼저 내딛어 밟아간다. 그저 정말 달리 아무런 생각 없이 춤만 추는 것 처럼.)
루카스 발렌티노:이제 와서 거절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데... 좀 웃어봐 테오. (타이르듯 네게 말하고는) 다들 보고 있는데. 표정도 피고.
...기분탓이 아닙니다.
따라 내딛은 발 끝은, 모래가 되어 사라집니다.
그래요,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나는. 테오도르 케니스는,
테오도르 케니스: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마음대로 원하는대로, 마음에 드는 결과를 봐서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저는 아니라. (하고는 그제서야 가식적인 미소라도 지어보이고는) 뭐, 언제는 남들 시선을 신경 쓰긴 했나.
바로 앞에 있음에도, 가까이 있음에도. 루카스를 갖지 못할 것입니다.
루카스 발렌티노: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네게 보여주겠다고 했잖아. (입꼬리를 비틀어 웃고는) 그래, 그럼 이번엔 모두가 보는 이 곳에서 제대로 키스해줄까?
테오도르 케니스:아름다운 죽음은, 그 자리에 머물러야지. 한 순간에 사라지는 건 마음에 안 드는데요. (눈을 데륵 굴려, 시선을 옮겼다가 이어지는 말에는 왼 눈썹을 으쓱이고는) 허, 그걸 원하는거라면 기꺼이. (어디 해보라는 듯, 그리 말해)
루카스 발렌티노:말했잖아. 네가 영원히 가지지 못할 것을 생각하며 살게 되는 쪽이 좋겠다고. ....뭐, 원래는 다른 방향이었지만... 그렇게 살게 되는 네 모습을 더 보지 못하는 건, 아쉬울지도 모르겠고. (픽 웃고는 도는 턴에 맞춰 네 손목을 잡아끈다.) 이번엔 내가, 쉬운 대답이 돌아와서 싫어.
테오도르 케니스:참, 당신도 나만큼 나쁜 취미가 있단 말이지. (하며 시선을 네게 빤히 뒀다가 이내 시선을 옮기고는 함께 턴을 돌고는, 네가 제 손목을 잡아끌면 자연스레 끌리고는 이어진 네 말에, 네 허리를 감싸안은 팔을 제 쪽으로 당겨 밀착시키고는) 그러면, 당신도 나도 제대로 된 키스를 할 일은 더 없겠네.
루카스 발렌티노:인간들말로, 사랑하면 닮는다던데. (한 팔 가득 안겨진 허리에 조금 당황하는 듯 해도, 곧 조금 장난스러우면서도 얄미운 실소가 흘러나온다.) 시간선의 너랑은 이미 했으니 상관없어. 그래. 넌 기억 못 하고, 난 하고의 차이지.
테오도르 케니스:그렇다고, 딱히 닮았다는 말은 아니지. (하며 담담하게 말하고는 네 이어진 실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탭을 밟고 밀착되었던 거리를 다시 넓혀 자연스러운 춤을 이어나가) 해서 상관없다면, 내쪽도 상관은 없지. 하지만... (한 손은 네 허리를 여전히 감싸고, 너와 맞잡던 손을 풀어 오히려 네 턱에 제 손을 두고는 금방이라도 닿을 거리로 가까워져서는) 입술을 문 건, 마음에 안 드는데. (하고는 네 입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가 떼어내었다. 마치 가벼운 장난처럼.)
루카스 발렌티노:돌아오는 대답이 너무 까칠하네~ .... 그냥, 그렇다고. (제 손이 바스러지던, 네가 감싸 안은 허리가 점점 얇아지던... 이젠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입가와 눈 모두 웃음이 서려 있다.) 하지만 누가 자꾸 필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하는 걸 어떡해? 도시 한 가운데에서 가문의 주인을 총 쏴 죽인 미친놈으로 찍히고 싶었던 건 아닐 테고.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돌아온다.) 순간의 유흥이 과하시네요. 케니스 씨.
테오도르 케니스:(네 말엔 달리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는, 제가 감싸안은 네 허리와 맞잡은 손이 제 손에서 점점 사라진다는 느낌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꽤... 좋지 않은 기분에 괜스레 저도 모르게 더 힘을 주어 잡고, 안고는) 뭐... 미친놈이라, 그렇게 틀린 말은 또 아니라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는데. (하고 실없는 웃음소리를 흘렸다가 이어진 네 반응에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눈을 접어 웃어보이고는 작게 속삭여) 그래서 싫어?
루카스 발렌티노:...그럴리가. (몸을 밀착시키는 타이밍 사이 네 입술 위를 따라 가볍게 입맞추곤, 놓쳐버린 스탭을 눈속임으로 넘겨버린다.) 상관없긴 해. 알고 좋아한거니까....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지금은 그 여흥까지 즐기라고 해 둘까. 어차피 난 처음부터 네 꺼였으니까.
테오도르 케니스:(네가 제게 그렇게 입을 저와 같이 가볍게 맞추면, 이리저리 춤을 추며, 다른 곳에 시선을 두던 두 눈을 다시 네게 시선을 맞추고는 한 자리에서 머물러서 추던 춤을, 은근히 폭을 크게 춤을 춰, 조금 자리를 옮겨버리고는) 웃기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즐길 수 있다고... 내 꺼라고 하는 거 치고는, 지금 당장도 내 손밖으로 벗어나고 있잖아. 안 그래? (하며 살짝 표정을 구겼다가, 이내 다시 아무 일도 없던 양 미소를 지어주고는 허리를 감싸안던 손을 올려, 네 등을 안은 듯한 포즈로 바꾸고는 너와 다시 음악에 맞춰 밀착하는 그 순간에 짧게 네 아랫입술을 잘근, 가볍게, 누구와 달리 피가 나지는 않도록 깨물고는 은근히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언제까지 손 안에 잠깐이나마 있어줄 지, 모르겠네.
루카스 발렌티노:네 것이니까 이런 짧은 기회라도 주는 거 아니겠어. 나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이, 내 눈 안에 들 사람이 몇이나 될 거라 생각해? 아니, 존재는 할까. (그저 웃으며 밟는 스텝은, 완벽한 듯 보이면서도 이곳저곳이 닳아 없어져 조금씩 엇박을 타고 있었다.) 기왕 해줄 거 좀 더 제대로 된 모습일 때, 제대로 된 장소에서 해주면 좋았잖아. (눈꼬리를 휘어 웃으며) 봐, 또. 테오, 너는 항상 그래. 안 해줄 것같이 굴면서 항상 내 도발에 넘어왔지. 이젠.... ...이쪽이 더 피 말리는군. 춤 따위 집어치우고 둘이 시간이나 보낼 걸 그랬어. (장난스레 덧붙인다.)
테오도르 케니스:이왕, 주는 기회 짧은 게 아니라 긴 기회였으면 했는데 말이지. 죽어도 좋으니까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으로 말야. (하하, 하며 마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리 말하고는 언제부턴가, 합을 맞춰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그 연습때부터 조차 완벽하던 그 몸짓, 그러니까 둘의 춤은 어느샌가 조금은 눈에 튀는 형색으로 변해간다.) 그때는, 몰랐으니까.이렇게 되리라곤. (하며 그저 입가만 올려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그런, 얼굴로 말하는 걸 어떻게 안 들어줘? (솔직하게 말하고는 네 반응에 그저 눈웃음 짓곤) 그러게, 이미 완벽한데 뭐하러 또 춤을 춰. (그러고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둘만 있게 해달라니까. 하며 덧붙였다.)
루카스 발렌티노:그럼 재미없잖아. 쉬워 보이고. ...그거 몰라? 난 좋아하는 상대에게까지 쉽게만 보이는 건 싫어서. (굳이 이리저리 엇나가는 춤을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그저 즐길 뿐이었다. 그 순간을, 마치 이젠 정말로 마지막이라는 듯이.) 그러게. 근데 이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 비록 지금 모든 건 진심일 거 아냐? 솔직해서 좋네. 내 얼굴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참…. 여전하고. 이건 감사해야 하나. (손끝이 거의 닳아 없어질 때쯤 깨달은 무언가에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돌아온다.) 둘만 있다고 생각해. 어차피 할 건 다 할 거면서.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어?
노래가 진행 될 때마다, 루카스의 몸이 바스라지며 바닥엔 흰 모래가 쌓여갑니다.
노래의 끝이 다가옴과 동시에, 당신도 이 극의 마지막을 직감합니다.
루카스의 손이 다 바스라져 형체가 없어지고,
다리 또한 점점 허물어져 움직일 때마다 휘청거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루카스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당신의 모습을 눈에 새기려는 것처럼 갈라져 금이 생긴 얼굴로 당신을 쳐다보면서요.
테오도르 케니스:쉽게만 보이는 게 싫다는 거 치고는, 오늘은 많이 쉽던데. (하며 장난스럽게 답했다. 완벽하던 춤이 점점 흐트러지면, 아. 이제는 정말 끝이구나 싶어지고 네가 즐기는 모습에 저 또한 그에 응할 뿐이었다.) 이제와서, 거짓을 말할 이유는 달리 없으니까. (네 이어진 말에 작게 웃고는 천천히 스탭을 밟던 발을, 점차 멈춰가고는 네 허리를 좀 더 흠씬 안은 채로 널 바라보고는) 그러면, 그 모래맛이라도 음미하게 해주던가. (어떠냐는 듯 널 감싸안은 채로 몸을 조금 기울여 널 가만 바라봤다.)
루카스 발렌티노:오늘 하루 정도는 좀 쉬워도 되지 않아? ...뭐, 난 너한테 언제나 쉬웠긴 해. 동시에 쉽지 않다는 대답을 해준 건 항상 네 쪽이었지만. (어쩔까, 오랜 시간 고민할 것도 없이 네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입을 맞추어 짧고 굵게 타액을 섞어 낸다. 아쉬울 거 없다는 듯 금이 가 모래가 흩어져가는 얼굴 위로 불안정한 호흡을 내쉬면 이제는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을 직감했을지도. ) 지금 말해. 나한테 하고 싶었던 마지막 말. 이제 더 대답해주기도 힘이 드는 거 같으니까......
테오도르 케니스:그것도 그렇지. 네가 말했듯 넌 내꺼라고 했으니까. 곧 사라지지만. (하고는 여전히 네게 시선을 맞닿은 채로 바라보다가 이어 네가 제 어깨를 감싸 안고, 제게 다가와 입을 맞추기에 저 또한 너를 여전히 꽉, 안은 채로 마치 아쉽다는 듯, 꼭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제 타액과 네 타액을 얽히고 설키다 맞붙었던 타액이 떨어지면, 아까 말했던 음미한다는 것을 정말로 하는 듯 네 윗 천장을 제 혀로 쓸어내리고는 그제서야 입을 떼어낸다. 그러고는 네가 제게서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얼굴을 하면, 너를 제 양팔로 안아서 네 어깨에 제 얼굴을 묻고는) 마지막, 말이라면 그래. 사랑해 루카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하고는 네게 보이지 않을 표정은, 만족했다는 미소로 변했다.)
어느새, 몸의 절반이 으스러져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어졌을 때.
담담한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불러옵니다.
마치.
당신이 사랑에 빠졌던.
우리의 첫 만남 때처럼.
루카스 발렌티노:...테오.
테오도르 케니스:응, 루카스.
아, 그렇게 괜찮다고 말해왔으면서.
한 마디 내뱉는 것도 이제는 힘들어보여요.
이제야 당신의 사랑을 느끼고,당신에게 줄 사랑 또한 품었는데.
사랑을 받아 줄 상대가 사라진다니.
심장이 욱신거리는 기분입니다.
어쩌면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을 수도 있고요.
일그러진 당신의 미간에 루카스는 손을 얹습니다.
루카스 발렌티노:인상. .....유지해. 웃는 모습, 행복한 표정. 어차피 전부 잊을 텐데. 답지 않게 그러지 말고....
그저 날 잊으면 되는 건데. 잘 하잖아, 그거.
당신의 손은 모래 알갱이로 가득합니다.
바닥에 쌓여가는 모래들을 보며 처참한 기분이 들다가도,점점 루카스에 대한 기억을 잃어갑니다.
그 모습을 본 루카스의 표정 또한, 점점 일그러져 갑니다.
......
테오도르 케니스:..그래, 잘하지. 잘하는데... (그렇게 말하며 제 손으로 가득한 모래 알갱이를 바라보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악단의 연주는, 어느새 끝머리에 다다라 바이올린의 여린 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루카스 발렌티노:잘하는데. 뭐. 아까는 그렇게 날 죽일 것처럼 굴더니..... 새삼 어색한 반응 말고. (괜히 웃음소리가 새어나와 참지 않고웃어버립니다.)
손 안에 모래 알갱이들은, 고여있다가도 그 사이로 흩어져 사라집니다.
테오도르 케니스:계속 말했지만, 갖고 싶은 걸 직접 죽이는 거랑, 타인에 의해 사라지는 건 전혀 다르니까. (하고는 그저 가만, 너와 시선을 마주할 수 있을만큼 눈을 마주하다 흩어지는 모래알갱이들이 눈에 밟히기도 했다.)